월요일 아침 6시 40분. 민호는 차가운 새벽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선의 시동을 걸었다. 20년 동안 매일 맡아온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오늘따라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코가 막힌 줄 알았다. 노아는 갑판으로 올라가 바닷물을 손으로 떠올렸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을 무심코 혀끝에 대는 순간,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때 부두 쪽에서 기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님, 바다 맛이 이상한데요.”
부두 위에 퍼진 맹물의 신호
민호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려 했다. 하지만 기수가 다시 바닷물을 떠서 보여주자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이었다. 바다는 눈앞에 그대로 있는데, 바다를 바다답게 만들던 짠맛만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무전기에서는 이미 다른 어선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물이 가라앉는다! 부표가 안 떠!”
노아는 곧장 바다 쪽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수면 위에 떠 있던 부표 하나가 천천히 아래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바다는 단순히 ‘짠 물’이 아니다. 염분이 사라지는 순간 물의 밀도와 해양 생태계, 해류와 기후까지 연쇄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민호는 그제야 상황이 단순히 바닷물의 맛이 달라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누구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지 못했다.
수면 아래에서 시작된 붕괴
항구로 돌아온 민호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양식장이었다. 전복과 굴이 이상하게 부풀어 있었고, 수면에는 힘없이 뒤집힌 물고기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있었다.
민호는 난간을 붙잡은 채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봤다. 바닷물이 민물이 되면서 해양 생물의 몸속과 바깥 사이에 유지되던 염분 농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미역과 다시마가 힘없이 풀어졌고, 그물 안에 있던 물고기들은 방향을 잃은 듯 수면을 맴돌았다.
“아빠, 물고기 왜 저래?”
집으로 돌아온 민호는 딸의 손을 잡고 창밖을 바라봤다. 바다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그 바다에서 생명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멈춰 선 바다, 달라지기 시작한 하늘
일주일이 지나자 바다에서 벌어진 변화는 육지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해류가 달라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차갑고 무거운 바닷물이 아래로 내려가며 이어졌을 순환이 염분을 잃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호가 사는 해안 마을의 하늘에는 며칠째 거대한 구름이 걸려 있었다. 비가 한 번 시작되면 쉽게 그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상기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상 예보가 바뀌고, 항구가 폐쇄되고, 주변 지역에서 침수 소식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민호는 딸의 손을 잡은 채 산 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바라봤다. 이제 바다가 무서운 이유는 물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바다가 더 이상 예전의 바다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라지는 것은 정말 소금뿐일까.”
짠내가 사라진 세계를 걸어가며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바다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닷물이 맹물이 되었다고 해서 그 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죽어간 해양 생물들이 썩기 시작하면서 해안 곳곳에서는 심한 악취가 올라왔다.
소금 역시 부족해졌다. 사람들은 그제야 소금이 단순히 음식의 맛을 내는 물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나씩 깨닫기 시작했다.
민호는 가족과 함께 고지대 캠프로 이동했다. 배낭 안에는 식수 필터와 작은 암염 한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딸이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아빠, 바다는 왜 꼭 짜야 했어?”
민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바라봤다. 짠내가 사라진 바다는 여전히 거대했고, 여전히 푸르렀다. 그런데 이제 그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예전과 같은 안도감이 없었다.
당연하게 존재하던 작은 균형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까지 달라져 있었다.
민호는 딸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산길을 올라갔다.
만약 바닷물의 소금기가 정말 모두 사라진다면, 여러분이 가장 먼저 걱정할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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