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표현의 자유 vs 2025년 사이버 불링: 당신의 '진정한 목소리'는 안전한가?
며칠 전, 늦은 밤 SNS를 둘러보다 한 논쟁에 저도 모르게 뛰어들었어요. 복잡한 사회 이슈에 대한 저의 솔직한 생각이었죠. 몇몇 분들은 공감해 주셨지만, 순식간에 제 의견은 날카로운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잠시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다, 이내 싸늘한 댓글 폭풍에 '내가 너무 쉽게 말을 뱉었나?' 하는 자책과 불편함에 휩싸였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문득 아찔한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만약 제가 붓과 먹이 익숙하고, 가마와 초가가 풍경이던 조선에 뚝 떨어졌다면, 과연 지금처럼 이렇게 속 시원하게 떠들고, 때로는 날 선 비판도 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시간여행 놀이가 아닙니다. 우리가 공기처럼 당연하게 누려온 **'말할 자유'라는 권리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통렬한 질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칼날', 말 한마디에 담긴 삶과 죽음
조선에서 '말'은 때로는 권력의 징표였지만, 더 자주 목숨을 겨누는 서늘한 칼날이었습니다. 왕에게 쓴소리(간언, 諫言)를 아끼지 않았던 조광조는 결국 그 '말' 때문에 사약을 받았죠. 목숨을 걸고 왕의 잘못을 지적해야 했던 사간원, 사헌부 관리들의 삶은 위태로웠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시인 허난설헌의 재능은 '여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댐에 가로막혔습니다. 신분과 성별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어떤 이는 목숨을 걸고 발언했고, 어떤 이는 평생을 침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한마디 말이 생사를 결정했던 시대의 무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우리가 가진 말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시대를 넘은 '홍길동'의 외침
허균이 쓴 『홍길동전』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외침. 그건 비단 서자(庶子)만의 한(恨)이었을까요? 아니요, 그것은 말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수많은 백성, 노비, 여성 등 그 시대의 이름 없는 '홍길동'들의 응어리진 목소리였을 겁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사회적 약자, 내부고발자, 소수 의견을 가진 개인 등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제약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대판 '홍길동'은 존재하지 않을까요?
2025년의 사화(士禍), '사이버 불링'이라는 이름의 낙인
"요즘은 누구나 SNS로 말하는 시대인데, 무슨 걱정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정말 그럴까요? 앞서 제 경험처럼, 나와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집단적으로 비난하고 '좌표'를 찍어 조리돌림하는 모습. 이는 특정 세력을 숙청하기 위해 명분을 씌웠던 조선시대의 '사화(士禍)'와 이름만 다를 뿐, 그 폭력성의 본질은 너무나 닮았습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말을 둘러싼 억압의 형태는 더 교묘하고 빠르게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데이터로 보는 2024년, 우리의 '말'은 안전한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과 성인 중 40.9%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입니다.
유형별로는 언어폭력(35.5%)이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명예훼손(13.5%), 스토킹(10.6%), 신상정보 유출(9.7%)이 잇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 악플을 넘어 개인정보를 파헤치는 '신상 털기', 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 등 새로운 형태의 폭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2023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보고서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혹은 집단의 힘을 빌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짓밟는 행위는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2025년의 사화'입니다.
만약 당신이 '허균'이었다면, 그 붓을 들 수 있었을까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 봅니다. 만약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불의를 보고도 가족의 안위를 위해 침묵했을까요? 아니면 모든 것을 잃을 각오로, 세상을 향해 붓을 들었던 허균처럼 '해야 할 말'을 했을까요? 솔직히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란 단지 '마음껏 말하는 권리'가 아니라, 그 말이 가져올 파문과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겠다는 외로운 결단일지도 모릅니다.
건강하게 '진정한 목소리'를 내는 5가지 방법
- 사실에 기반하기: 감정적인 비난보다 정확한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해 의견을 제시하세요.
- '사람'을 공격하지 않기: 의견이나 현상에 대해 비판하되,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지 마세요.
- 역지사지(易地思之): 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 플랫폼 기능 활용하기: 악의적인 공격에는 직접 대응하기보다 '차단'이나 '신고' 기능을 적극 활용하세요.
- 가끔은 로그아웃하기: 온라인 논쟁으로 지쳤다면, 잠시 거리를 두고 현실의 삶에 집중하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 것 같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오늘날, 당신이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내고 싶은 '진정한 목소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 목소리를 건강하게 표현하시겠습니까?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경험과 통찰을 댓글로 나눠주세요.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때, 우리는 진정한 '지혜 한 조각'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