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꽃은 없어요, 서로 다른 향기로 정원을 채울 뿐입니다

1. 어서 와, 이런 생각은 처음이지?
"어, 이건 내가 심은 꽃이 아닌데… 이런 향기는 또 처음 맡아보네?"
애지중지 가꿔온 나만의 작은 비밀 정원, 평화롭던 그곳에 어느 날 문득 생판 처음 보는 작은 씨앗 하나가 바람결에 실려 와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면 여러분은 어떠실 것 같나요? 내가 정성 들여 고른 우아한 장미도 아니고, 은은한 향기를 뽐내는 라벤더도 아닌, 어딘가 모르게 낯설고 투박해 보이는 새싹 앞에서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 "저걸 그냥 둬도 괜찮을까? 혹시 내 아름다운 정원의 완벽한 하모니를 와장창 깨뜨리는 불협화음은 아닐까?" 하는 고민, 아마 저만 고민해 본 것은 아니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익숙한 내 생각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 들어온 새로운 관점이나 가치관 앞에서 비슷한 당혹감과 약간의 경계심을 느끼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우리 안의 작은 정원사, 그 익숙함에 대한 애착
사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취향과 손길로 가꾼 작은 정원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형형색색의 튤립과 수선화가 만발한 화려한 유럽식 정원을, 또 어떤 이는 이름 모를 들꽃과 작은 조약돌이 정겹게 어우러진 소박한 오솔길 같은 정원을 가꾸고 있을 겁니다. 그 정원은 우리가 옳다고 믿는 가치, 삶의 지표로 삼는 신념,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온 소중한 경험들로 채워져 있죠.
그래서일까요? 내 정원의 익숙한 풍경과 향기에 반하는, 전혀 다른 유전자를 가진 듯한 씨앗이 예고 없이 날아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저건 혹시 공들인 내 꽃밭을 망치는 잡초일지도 몰라!" 혹은 "내 예쁜 꽃들이 마실 물과 햇볕을 다 빼앗아 갈 거야!" 하며 마음의 호미를 질끈 움켜쥐곤 합니다.
저 역시 꽤 오랫동안 제 나름의 논리와 신념으로 잘 정돈된 생각의 정원을 가꾸어 왔다고, 은근히 자부심을 느껴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제 정원의 꽃들과는 전혀 다른 향기와 빛깔을 가진 사람, 그리고 그의 생각을 마주했을 때, 솔직히 말해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고 불편했습니다. "저건 좀 아니지 않나? 내 정원의 질서와는 맞지 않는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3. 진짜 아름다운 정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러던 어느 날, 창가에 앉아 제 작은 정원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만약 내 정원에 내가 좋아하는 한 가지 종류의 꽃만 빼곡하게 심겨 있다면, 그 정원은 과연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장미 말고도 라일락의 달콤한 향기, 민들레의 소박한 아름다움, 해바라기의 씩씩한 열정처럼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은 수만 가지의 꽃들이 존재하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내 정원에 불쑥 찾아온 그 낯선 씨앗이야말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품고 있는 귀한 손님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내가 '틀렸다'라고 성급히 판단했던 그 '다름'이, 실은 내 생각의 정원을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 줄 새로운 영감의 원천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철학자 니체는 "너 자신이 되어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저는 이 말을 "세상의 모든 꽃은 각자의 모습과 향기로 피어날 고유한 권리가 있으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틀린 꽃'은 없습니다. 다만, 저마다의 고유한 색과 향을 지닌 '다른 꽃'이 있을 뿐입니다.
4. 낯선 향기에 마음 열기
그렇다면 우리는 이 '다른 꽃'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정원을 함께 가꿀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그 낯선 향기에 순수한 호기심을 가져보고, 그 꽃이 왜 그런 빛깔과 모양으로 피어났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보는 열린 마음일 겁니다.
제가 예전에 한 작은 시골 마을의 폐교를 활용한 커뮤니티 공간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건축가, 화가, 정원사, 지역 어르신들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모였죠. 처음에는 각자의 의견 차이로 "이거 제대로 될까?" 싶을 정도로 삐걱거렸습니다.
그런데 가장 연세가 많으신 한 할아버지께서 "다들 자기 밭이 제일 중한 법이지. 그런데 여러 밭이 골고루 잘 돼야 온 동네가 풍년이 드는 거 아니겠소?" 라고 툭 던지신 말씀에 모두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때부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각자의 '밭'이 가진 중요성을 인정하며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축가의 견고함, 화가의 섬세함, 그리고 어르신들의 지혜가 어우러지니, 상상 이상으로 따뜻하고 독창적인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그때 저는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다름은 결코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더 풍요로운 창조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5. 함께 가꾸는 우리들의 정원
결국, 우리 각자의 마음 정원은 홀로 존재하는 외딴섬이 아닙니다. 수많은 다른 정원들과 보이지 않는 뿌리로 연결되어 함께 더 넓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일도 이와 비슷할지 모릅니다.
오늘, 당신의 정원에는 어떤 새로운 씨앗이 살포시 내려앉았나요? 두려워하거나 서둘러 판단의 호미를 들기 전에, 가만히 그 존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어쩌면 그 작은 씨앗 속에 당신의 정원을, 그리고 우리의 세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놀라운 가능성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릅니까.
보충 자료: 더 깊은 생각의 향기를 찾아서
🌿 이 글의 향기를 더해줄 지혜 한 조각: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
- 아우구스티누스 (서로 다른 생각과 문화를 접하는 것을 여행에 비유하며, 다름을 통해 세상을 더 넓게 이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추천 도서:
1.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저):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정원을 가꿀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2. "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 기존의 틀을 깨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소설로, '다른 꽃'을 이해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향기를 발견하는 여정에 깊은 영감을 줍니다.